넷플릭스가 한국 이용자들을 위한 자막 외 콘텐츠 소비 방식으로 '한국어 더빙'에 전략적 무게를 싣고 있다. 이는 더빙 선호도가 낮다고 알려졌던 국내 시장에서도 실제 수요층이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8월 11일, 서울 마포구 픽셀로직코리아 사무실에서 열린 ‘넷플릭스 해외 콘텐츠 한국어 더빙 이야기’ 행사는 이러한 흐름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는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더빙 제작에 참여한 성우들과 제작진이 참석해, 더빙 과정과 의미에 대해 직접 설명했다. 넷플릭스는 이 작품의 흥행을 계기로 한국어 더빙이 단지 어린이용 콘텐츠에 한정되지 않고 다양한 연령대의 콘텐츠 이용 방식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밝혔다.
기존에 더빙 콘텐츠는 어린이 애니메이션이나 외국어가 어려운 고령층에 국한된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최근에는 집안일이나 운동, 출퇴근 중에도 콘텐츠를 소비하려는 이들을 중심으로 더빙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넷플릭스는 이를 반영해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에 한국어 더빙을 적용하고 있으며, 더빙에 대한 인식 제고와 품질 향상을 위한 성우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신인 아이돌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애니메이션으로, 실제 신예 성우들의 참여 비중이 높았다. 제작진은 성우 캐스팅 과정에서 주인공들의 감정 표현과 음성의 질감을 세밀하게 고려했으며, 특히 음향부터 믹싱까지 모든 과정에서 현장감과 몰입도를 높이기 위한 ‘돌비 애트모스’ 기술을 도입해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또한 삽입된 케이팝 음악은 원곡의 정체성을 살리기 위해 한국어로 더빙하지 않고 원곡을 그대로 사용하되, 노랫말 자막은 시청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한국어로 새롭게 재해석됐다.
더빙 제작자들은 여전히 일부 시청자들 사이에서 더빙에 대한 편견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결과물이 원작을 넘어서는 감정선과 서사를 전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열린 마음으로 더빙 콘텐츠를 접해보길 권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외국어 장벽을 낮추는 차원을 넘어 국내 팬층의 감정선에 맞춘 정서적 재해석이라는 측면에서도 중요한 시도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더 많은 해외 콘텐츠들이 한국어 더빙을 통해 국내 시장에 맞춤형으로 소개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음성 해설을 통한 시각장애인 접근성 확보, 교육용 콘텐츠 활용 등 다양한 사회적 기능으로도 확장될 여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