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시장이 일시적 조정을 겪고 있는 가운데, 비트코인을 비롯한 주요 알트코인들이 동반 하락하며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미국 정부와 증권거래위원회(SEC) 고위 관계자의 긍정적 발언에도 불구하고, XRP, 이더리움(ETH), 스텔라(XLM) 등 주요 종목들은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이러한 상황은 시장이 이미 상당한 상승 랠리를 이어온 데 따른 건강한 조정으로 해석되고 있으며, 장기적인 강세 흐름을 해치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SEC 폴 앳킨스(Paul Atkins) 위원이 CNBC 인터뷰에서 전한 발언은 시장에 분명한 규제 시그널을 제시했다. 그는 "미국 정부가 비트코인과 암호화폐에 대해 사실상 승인했다"고 강조하며,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지니어스법(Genius Act)'을 언급했다. 이 법안은 스테이블코인 규제를 골자로 한 디지털 금융 혁신법으로, 향후 금융 인프라 개발의 초석이 될 것으로 평가받는다. 앳킨스 위원은 스테이블코인이 시장 위험과 정산 지연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으며, 디지털 자산의 도입이 글로벌 금융 시장의 효율성을 높일 것이라 강조했다.
하지만 기대감 속에서도 시장은 단기 하락 흐름을 피하지 못했다. 비트코인은 최근 고점을 찍은 12만 3,000달러(약 1억 7,097만 원)에서 하락해 현재는 약 11만 7,900달러(약 1억 6,339만 원)를 지지선으로 삼고 있으며, 이더리움은 3,790달러(약 527만 원) 아래로 밀려났다. XRP도 한때 3.62달러(약 503만 원)까지 올랐지만 다시 하강했다. 이와 같은 흐름은 수주간 이어진 급등세에 대한 자연스러운 되돌림이자, 9~10월로 예정된 디지털 자산 규제 법안 통과를 앞둔 시장의 불확실성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시장 전문가들의 관점은 긍정적이다. 암호화폐 애널리스트 라크 데이비스(Lark Davis)는 이번 조정이 오히려 상승장의 연장선을 위한 발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는 "이번 사이클은 과거 2017년이나 2021년과는 다르다"며, 기관 자금 유입과 ETF 승인, 대형 기업들의 암호화폐 채택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데이비스는 특히 이번 상승장이 2004년부터 2011년까지의 금 상승 장세처럼 느리지만 강한 추세를 만들 것이라며, 암호화폐 시장의 정점이 2027~2028년에 이를 가능성도 제시했다.
한편, 글로벌 리서치 기업 번스타인(Bernstein)은 보고서에서 비트코인이 2026년 초까지 20만 달러(약 2억 7,800만 원)에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들은 이번 상승장이 "장기적이고 인내심을 요구하는" 사이클이 될 것이라 분석하며, 과거 단기 급등·급락 싸이클과는 차별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하락은 단기적인 혼란을 야기할 수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기조 변화와 SEC의 태도 전환은 디지털 자산 투자자들에게 구조적인 낙관론을 제공하고 있다. 시장이 당장의 조정을 흡수한 뒤, 향후 수년간 다양한 제도권 유입과 함께 지속적인 상승 흐름을 보여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