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을 밑돌며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소 완화됐다. 하지만 주거비 상승이 물가 상승률을 견인하면서 소비자들은 여전히 생활비 압박을 받고 있다.
미 노동부가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5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2.4% 상승해 4월의 2.3%보다 소폭 오르며 4개월 만에 처음으로 전년 상승률이 확대됐다. 이는 시장 예상치보다 낮은 수치로, 원자재 가격이나 수입 제품에 대한 광범위한 관세가 실제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음식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물가는 연간 기준 2.8% 상승해 전달과 동일했다. 시장에서는 근원물가가 2.9%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보다도 둔화된 흐름을 보이며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소 통제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예상과 달리 의류, 자동차 등 관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였던 소비재 가격이 오히려 하락세를 보였다. 신차 가격은 전월 대비 0.3% 떨어졌고, 대부분이 해외에서 수입되는 의류 가격도 0.4% 감소했다. 이는 최근 들어 트럼프 대통령이 도입한 수입 관세의 부정적 효과가 당초 전망보다 크지 않다는 점을 시사한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경제학자인 맷 콜야르는 "5월 보고서에는 관세로 인한 물가 상승 징후가 거의 없다"며 "예상보다 완만한 물가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해 골드만삭스 자산운용의 알렉산드라 윌슨 엘리존도 공동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기업들이 올해 초 관세 적용 전 재고를 선제적으로 확보하면서 소비자 가격 전가를 미룬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어 "관세가 본격 영향을 미치기 전 기존 재고를 활용하거나 수요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가격 조정을 유보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향후 일부 제품에 대한 인상 흐름은 있을 수 있지만 서비스 품목에서는 안정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인플레이션 흐름은 여전히 주거비 증가에 영향을 많이 받고 있으며, 관세가 전면 발효된 이후의 동향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동시에 기업들의 가격 결정력이 향후 소비자 물가에 어떤 방식으로 반영될지도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