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아시아 스타트업 시장은 글로벌 경기 둔화와 규제 리스크 확대 등의 여파로 다년간 이어온 투자 열기가 크게 식으며 고전한 모습이다. 투자금액은 262억 달러(약 37조 7,000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33% 급감했고, 거래 건수 역시 모든 단계에서 감소세를 나타냈다.
국가별로 보면 중국의 투자 위축이 두드러졌다. 2분기 중국 스타트업의 전체 투자금액은 51억 달러(약 7조 3,000억 원)로 전 분기 대비 13%, 전년 동기 대비 34% 하락했다. 지속적인 IPO 및 인수·합병 부진, 정부의 규제 강도 강화, 경기 둔화 등이 중첩된 결과다. 이 가운데서도 AI 반도체 기업 바이런 테크놀로지와 차량 호출 서비스 자회사 SAIC 모빌리티가 각각 2억 700만 달러, 1억 8,1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반면 인도는 일정 부분 선방했다. 2분기 총 투자금은 32억 달러(약 4조 6,000억 원)로, 전 분기보다 소폭 증가했다. 특히 그린라인, 포터와 같은 물류 기업들이 대형 라운드를 성사시키며 주목받았다. 이스라엘 역시 AI와 사이버보안 분야의 호조에 힘입어 2분기 19억 달러(약 2조 7,000억 원)의 투자를 끌어냈고, 이는 2년 만에 분기 기준 최고치다. 같은 기간 자금 유입이 증가한 국가는 일본과 싱가포르도 포함됐다.
단계별로는 후기 및 기술 성장 기업들에게 유입된 자금이 일부 회복 양상을 보였다. 2분기 해당 단계 스타트업에 총 64억 달러(약 9조 2,000억 원)가 투자됐으며, 거래 건수도 직전 분기보다 소폭 늘어난 155건이었다. 조기 단계에서는 투자 총액이 전 분기 수준을 유지했고, 시드 단계 투자금은 16억 달러(약 2조 3,000억 원)로 다소 줄었지만 827건의 거래가 확인돼 여전히 활발한 초기 투자 흐름이 이어졌다.
이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업계는 아시아 시장의 회복 잠재력에 주목하고 있다. 아시아는 전 세계 인구의 약 60%가 집중돼 있고, 기술 인재와 내수 시장 규모 측면에서 중국과 인도가 특히 강점을 가진 만큼 중장기적 관점에서는 여전히 매력적인 벤처 투자처라는 분석이다.
향후 국내외 투자자들이 이 지역을 어떻게 평가하고 전략을 조정해 나갈지에 따라 스타트업 생태계의 회복 시점과 속도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