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픽게임즈가 미국 법원에서 애플(AAPL)을 상대로 한 긴 법정 공방에서 마침내 승리를 거두며 모바일 게임 시장에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4년간 이어진 이 반독점 소송의 핵심은 애플이 iOS 생태계에서 지나치게 높은 수수료와 과도한 통제를 통해 경쟁을 가로막고 있었느냐는 점이었다. 미 캘리포니아 연방지방법원은 애플이 2021년 법원의 명령을 ‘고의로 위반’했다며 법원 모욕(contempt of court) 판단을 내렸고, 이 판결로 인해 개발자들은 iOS 상에서 웹사이트 결제를 자유롭게 유도할 수 있게 됐다.
판결에 따라 애플은 즉각 개발자들에 대한 소통 제한을 해제하고, 외부 결제에 대해 새로운 수수료를 부과할 수 없게 됐다. 애플은 이에 반발하며 항소 의사를 밝혔지만, 법원 명령은 항소 과정과 관계없이 즉각적으로 발효됐다. 이번 승리를 주도한 에픽게임즈의 팀 스위니(Tim Sweeney) CEO는 “애플세는 이제 미국에서도 불법이 됐다”며 “게임 업계가 완전히 새로운 경쟁 체제로 진입했다”고 선언했다.
이 판결은 글로벌 시장에도 강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린 게임스컴 라탐 행사에서도 업계 인사들은 이번 사안을 두고 분수령이라 평했다. 웹 기반 스토어 플랫폼을 제공해온 엑솔라(Xsolla)는 “그동안 애플이 막아온 웹 결제가 이제 활성화될 수 있는 환경이 열렸다”며 “개발자들은 이제 앱 내에서 웹 상점을 자유롭게 안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엑솔라 측에 따르면 자체 웹샵 서비스를 통해 개발자들은 매출이 평균 10~16% 증가했고, 일부는 이보다 더 높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에픽게임즈는 2025년 6월부터 에픽게임즈 스토어(Epic Games Store)에서 신규 웹샵 기능을 출시하고, 앱당 연간 $1,000,000(약 14억 4,000만 원)까지는 수수료 0% 혜택을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매출은 기존 수익 배분 구조인 88:12 비율이 적용된다. 이 웹샵에서는 iOS, 안드로이드, PC 모든 플랫폼에서 사용자가 외부 결제를 손쉽게 할 수 있도록 설계됐으며, 구매 시 5% 보상 프로그램도 제공될 예정이다.
앱차지(Appcharge)의 마오르 사손 CEO 역시 “플레이어에게 선택권을 주면 이탈률이 줄고 수익은 커진다”며 환영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번 판결이 “보다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게임 생태계”를 여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애플조차도 거래량 증가와 혁신을 통해 결국 수혜를 받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애플이 생태계를 지배하고 있다는 점에서 긴 여정이 남아 있다”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크리에이터 경제 플랫폼 카메오(Cameo)의 CEO 스티븐 갈라니스도 이번 판결을 환영했다. 그는 애플의 30% 수수료 정책이 “창작자의 수익을 갉아먹는 장벽”이었다며, 이제 더 많은 수익이 창작자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동안 앱 내에서 웹상품이 더 저렴하다고 알리는 것조차 금지된 상황은 부당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결국 애플의 정책은 고품질 앱 개발을 저해하고 창의성과 혁신을 잠재웠다는 게 업계 공통된 평가다.
이번 판결의 파장은 아직 진행 중이다. 유럽연합이 발효한 '디지털 시장법(DMA)'에 따라 애플은 이미 대체 결제 수단을 허용했으나, 여전히 27%에 달하는 ‘핵심 기술 수수료’ 부과 등으로 실질적인 전환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런 애플의 대응에 대해 EU는 약 500만 유로의 벌금을 부과한 바 있다.
이번 법원 판결이 변화의 서막이라는 데는 업계의 이견이 없다. 웹샵을 통한 매출 증대를 입증하는 데이터들이 축적되면서 모바일 게임 개발자들은 아이폰 생태계에서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전개할 여지를 얻게 됐다. 에픽게임즈 역시 포트나이트의 앱스토어 복귀 가능성을 언급하며, 애플이 이번 판결의 틀을 전 세계로 확대할 경우 기존 및 향후 모든 소송을 취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애플세’를 둘러싼 긴 싸움이 엔드게임 단계에 접어들면서, 이제는 진정한 의미의 *앱스토어 경쟁*이 시작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