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는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연합(EU)에 대한 새로운 관세 부과를 90일간 유예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한낮에 급등세를 보였다. 예상치 못한 관세 연기로 나스닥지수는 2% 상승했고,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와 S&P 500 지수는 각각 1% 이상 올랐다. 시장이 긴장하던 무역 관련 리스크가 일시적으로 완화된 셈이다.
이번 발표의 수혜주 중 하나는 테슬라(TSLA)였다. 일론 머스크(Elon Musk) 최고경영자(CEO)가 정치적 활동에서 한 발 물러나고 본업인 기업 경영에 집중하겠다고 발표한 직후 주가가 상승세를 탔다. 머스크는 그동안 정치적 발언과 SNS 활동 등으로 시장의 엇갈린 반응을 받아왔지만, 이번 발언은 투자자들의 신뢰를 되찾는 계기가 된 것으로 평가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유예 소식은 다른 소비재 관련 기업 주가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로스 스토어스(ROST)와 데커스 아웃도어(DECK)는 지난 관세 발표 당시 하락했던 주가를 회복하며 강세를 보였다. 이들 기업은 유럽산 제품 수입에 민감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 관세 정책 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이날 기술주도 강한 반등을 보였다. 세일즈포스(CRM)가 인포매티카(INFA)의 잔여 지분을 80억 달러(약 11조 5,000억 원)에 인수하기로 하면서, 양사의 주가 모두 오름세를 나타냈다. 대형 소프트웨어 기업 간 M&A가 다시 활기를 띠는 모습이다.
반면 같은 날 오토존(AZO)은 시장 기대를 밑돈 실적을 발표하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자동차 부품 수요 감소와 환율 변동성이 실적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바이오 업계에서도 악재가 발생했다. 로켓 파마슈티컬스(RCKT)는 실험 치료제를 투여 받은 환자의 사망으로 임상시험이 중단되면서, 주가가 사상 최저치로 추락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발표는 금 가격에도 영향을 미쳤다. 무역 불확실성이 줄어들자 안전자산 선호가 약해졌고, 금값은 2% 하락했다. 이에 따라 뉴몬트(NEM)를 비롯한 금광업체들의 주가도 동반 하락했다.
한편, 원유 선물은 하락했고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도 일시적으로 떨어졌다.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는 상승했으며, 암호화폐는 대부분 소폭 반등했다.
이번 주식 시장의 급등락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여전히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테슬라 주가 회복, 기술주 강세, 소비재 반등 등은 정치와 경영의 분리가 시장 신뢰 회복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운 사례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