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정부가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 산업 육성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샤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는 최근 파키스탄 크립토 위원회(Pakistan Crypto Council) 최고경영자(CEO)인 비랄 빈 사킵(Bilal Bin Saqib)을 자신의 블록체인·암호화폐 특별 보좌관으로 임명했다. 이번 인사는 즉시 효력을 발휘하며, 사킵은 급여나 공적 혜택 없이 국무장관급 지위를 갖고 직무를 수행하게 된다.
사킵은 런던정경대학교 출신으로, 영국 국왕 찰스 3세로부터 대영제국훈장(MBE)을 수훈한 인물이다. 포브스 선정 ‘30세 이하 리더’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으며, 파키스탄 크립토 위원회를 이끄는 동시에 최근 바이낸스 전 CEO 창펑 자오(Changpeng Zhao, 일명 CZ)를 자문단에 영입한 바 있다. 그는 앞으로 금융범죄대책기구(FATF) 기준에 부합하는 암호화폐 규제안 마련, 정부 주도의 비트코인(BTC) 채굴 사업 추진, 그리고 블록체인 기반 행정 시스템 도입 등을 총괄할 예정이다.
이번 인사는 정부 차원의 디지털 자산 전략과도 긴밀히 맞물린다. 파키스탄은 최근 2,000메가와트 규모의 잉여 전력을 비트코인 채굴 및 인공지능(AI) 센터에 할당하며 산업 인프라 확대에 나섰고, 재무부는 블록체인 기반 금융 생태계를 규제할 전담 기관인 ‘파키스탄 디지털 자산청(Pakistan Digital Assets Authority, PDAA)’ 설립을 승인했다. 해당 기관은 거래소, 커스터디, 지갑, 스테이블코인, 탈중앙화 금융(DeFi) 플랫폼 등의 라이선스를 감독하게 된다.
특히 파키스탄은 국제 사회의 신뢰 확보를 위해 FATF 규범을 반영한 규제체계를 준비 중이다. 수메라 아잠(Sumera Azam) 파키스탄 연방수사국(FIA) 국장은 최근 제안된 디지털 자산 정책에 대해 “기술 발전과 국가 안보 간의 균형을 모색하는 결정적 전환점”이라고 설명했다. 이 정책은 블록체인을 통한 금융 포용 확대와 함께, 암호화폐 시장의 제도권 편입을 목표로 한다.
흥미롭게도, 지난 4월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를 받는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World Liberty Financial)’이 파키스탄 크립토 위원회와 양해각서를 체결하며 현지 산업 진출에 나섰다. 이에 따라 미국 보수 진영의 정치적 자본이 파키스탄의 암호화폐 성장에 새로운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파키스탄 정부의 연이은 행보는 디지털 자산 산업을 국가적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명확한 의지를 반영한다. 비랄 빈 사킵과 같은 청년 리더를 전면에 내세운 전략은 향후 파키스탄이 중동 및 아시아 신흥 시장에서 블록체인 선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전망이다.